
서울 도봉구 어느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광고다. 2010년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저 문장에서 생략된 목적어를 어렵지 않게 복원할 수 있다. '영어 올인반'과 '수학 올인반'에서 '초, 중, 고등학생'에게 죽을 때까지 시키겠다는 것이 공부가 아닌 다른 무엇일 리 없다.
저 잔인한 광고 문구 한 줄이 지금의 교육을 대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를까. 아침부터 밤까지 졸린 눈을 비비며 학원의 단과반과 특강반과 종합반, 그리고 올인반 사이를 헤매는 학생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듯, '죽을 때까지'라는 문구는 사실 과장도 새로운 무엇도 아닌, 현상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진술일 뿐이다. 차라리 과장된 부분은 서술부 '시킵니다'가 아닐까. 굳이 따로 학원에서 시키지 않아도 이미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가 죽을 각오로 공부하는 학생들을 넘치도록 생산하고 있으므로.
잔인하고 선정적인 광고로 아이들을 모으는 학원. 그 학원에 학원비를 쥐어주며 공부 좀 시켜달라는 학부모. 죽음을 각오하고 학원을 들어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 그리고 학원문조차 열고 들어설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가난한 누구들. 서태지가 15년 전에 그랬지. 좀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애보다 더. 2010년 벽두,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이러하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저 한 장의 사진을 찍고 바라보며, 나는 끝없이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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