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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 미로 (El Laberinto del Fauno)

 

 포스터랑 제목만 보고 갔다가 제대로 '낚인' 기분입니다. ‘해리 포터’나 ‘나니아 연대기’같은 판타지는 영화 앞이랑 뒤에만 잠깐 나올 뿐이고,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스페인 내전의 비극이니까요 부제 ‘세 개의 열쇠’가 무색하게 열쇠는 하나밖에 안 나오고, 그나마 그것도 수입하면서 환타지 분위기로 홍보하려고 우리나라에서 붙인 것이라지요.

 마지막까지 ‘판’이 오필리아에게 뭔가 속이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판의 표정과 목소리가 ‘나는 당신을 속이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 했거든요. 특히 아기와 관련된 벽화를 설명하지 않고 넘어갈 때 그랬고요. 하지만 벽화에서 살아있는 아기는 결국 ‘아기를 죽여선 안 된다.’라는 복선이었을 뿐이고, 동화는 동화처럼 끝납니다. “훌륭하게 해내셨습니다.”라고 하면서 멋들어지게 인사하는 마지막 판의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판이 구원자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러나 동화가 책 속에만 있는 것처럼, 판도 판의 분필도 요정도 오필리아의 꿈속에만 있던 것일지 모릅니다. 그 모든 환상이 전쟁의 공포에 떨어야 했던 소녀의 현실도피였을 뿐이라니 슬퍼져요.

 마지막 궁전에서 박수를 받는 공주 오필리아와 숲 속에서 피 흘리며 죽어가는 오필리아가 겹치면서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환상과 진실 사이, 영광의 궁전과 잔혹한 전쟁터의 틈에 있는 미로에서 죽는 그녀는 결국 환상 속에 머무르겠죠.

 영화는 정말 좋은 영화였습니다. 판타지라고 홍보한 것이 오히려 뒤끝을 씁쓸하게 하네요. 아래 포스터가 '낚시'의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비달 대령은 비밀의 문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죠.



관련 링크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해석 - 네이버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 2006) ★★★★ - 이규영 연예영화 블로그
'판의 미로(Pan's Labirinth)'의 스토리에 대한 개인적 해석 - Studio LEADKUN
판의 미로 세 번째 감상기 - 산으로 가는 블로그
[내 맘대로 영화보기] 판의 미로 - 현실이나 판타지나... - Horror Paper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 모기통신
판의 미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 - 하이드

 사족
 청주 드림플러스 프리머스 시네마는 영화 끝나고 크레디트 올라가는 순간부터 환하게 불 다 켜는 걸로도 모자라, 올라가는 중간에 꺼버립니다. 마지막까지 앉아서 보는데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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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큐어 | 2006/12/28 11:02 | 영화일지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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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iren at 2006/12/28 17:54
세 개의 열쇠에서의 열쇠란 것은 키워드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실질적인 물체로서의 열쇠가 아닌...
Commented by 펜큐어 at 2006/12/29 02:30
★Miren님 :: 예, 첫 번째 과제는 그냥 열쇠고, 두 번째 과제는 칼, 세 번째 과제는 아기(?)가 되겠지요. 영화 내용과는 상관없이 해리포터 분위기로 홍보하려는 의도가 너무 눈에 보여서 해 본 소리였습니다. :)
Commented by 만벌님 at 2008/06/10 17:41
저도 보고나서 나쁘지 않은 영화였는데....... 뭐랄까 .. 영화감상이전에 -낚였다- 라는 느낌이 정말 강렬히 오더군요 -_-....
상업적으로 성공해야 영화사에 좋은건 알겠는데....... 그래도 영화 감상을 방해할정도의 낚시는 자제해야되는건 아닌가 생각해요..........

예전에 보았던 ㅡ 레옹2 부제: 와사비 ㅡ 라는 영화가 생각나는군요... -ㅗ- 이것도 우리나라에서만 레옹2 라고 나왔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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